내 인생의 의미 있는 사물들: 나의 인생 사물은 무엇일까

내 인생의 의미 있는 사물들은 각자의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고 영감을 받은 사물을 하나씩 소개하는 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단순한 사물 소개에 끝나지 않고 자신의 인생 스토리를 들으며 사물이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제 인생의 의미 있는 사물로 편지를 골랐습니다. 편지의 사전적 정의는 안부, 소식 따위를 상대에게 전달하기 위해 대화하듯이 쓰는 글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의미 있는 사물로 생각되는 편지의 의미는 조금 다릅니다. 사실 요즘은 편지를 쓰거나 받는 일이 정말 드뭅니다. 생일이나 기념일 같은 날이 되어서야 겨우 편지를 써볼까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고 또 그런 마음이 있다고 해서 매번 편지를 쓰지는 않으니 말입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편지를 정말 중요한 것이라 생각해왔습니다. 생일에도 선물을 받는 것만큼 생일 편지에 대한 기대를 많이 하면서 기다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편지에는 단순한 글 이상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글자 하나하나를 손으로 써가면서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을 돌이켜 보게 되며 대화할 때 사용하는 말과는 또 다른 순수하고 진지한 마음들을 하나씩 써 내려가니 말이죠. 평상시엔 할 수 없었던 마음속 깊은 이야기들을 꺼낼 때도 있고 그동안 고마웠던 마음, 미안했던 것들, 함께 기억하고 싶은 것들이 편지에는 모두 담겨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편지는 저에게 매우 큰 의미를 가지게 하는 사물 중 하나입니다. 옛 편지를 다시 읽는 것은 제가 몰랐던 그 시절 나의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고 잊고 지냈던 추억들을 생각나게 해주기도 합니다.

편지에는 메일을 보내는 것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들어있습니다. 메일은 빠르면 1 분 길면 10 분 안에 필요한 내용을 적어서 보낼 수 있지만, 편지를 보낼 때는 편지지를 고르는 것부터 시작해서 편지에 담을 내용을 고민하고 쓰는 일련의 시간들이 담겨 있어 긴 시간이 오롯이 편지를 받을 사람을 생각한다는 점에서 더 의미 있고 편지라는 사물 자체의 소중함을 가져다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전 받은 편지들을 모아놓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편지를 모은 지 10년이 넘었네요. 그동안 색이 바래고 잉크가 옅어진 편지를 이 있지만 편지를 써준 사람의 정성만큼은 아직도 따뜻하게 남아 있습니다. 편지의 내용이 짧던 길든 간에 저에게 써준 마음이 너무 소중해서 함부로 버리기 어려웠고 두고두고 다시 보고 싶은 마음에 방 한쪽 구석의 상자에 모아놓았습니다. 자주 열어보진 않지만 이 편지 상자가 방에 있는 걸 보면 마음 한편이 따뜻해짐을 느낍니다.